가치의 갈등
첫째, 교육의 수단적 가치와 목적적 가치의 갈등에 관한 문제이다. 흔히 교육은 교육 외적인 정치·경제·사회·문제의 제 영역으로부터 영향을 주고받는 상보적인 관계로 규정된다. 이러한 타 영역과의 관계 속에서 교육은 목적과 수단으로써의 교육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목적으로서의 교육은 목표 자체가 개인의 자아실현이나 인격 완성에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수단으로써의 교육은 국가 발전이나 사회발전 등 타 영역을 위한 수단이나 개인의 사회적 지위 획득을 수단으로 보는 입장이다.
수단으로써 교육의 경우 교육 자체의 발전보다는 국가·사회의 여러 부문의 발전을 위한 수단, 즉 인력개발, 정치적 통합, 사회·문화의 유지, 발전 등을 수단적 역할로서 교육을 더 강조하는 것이다. 예컨대, 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정치 학장의 견해와 같이 정치이념에 따라 교육이념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교육 내용, 방법은 물론 교육체제와 제도도 달라지나. 다 한 유형의 정치이념을 구현하고 그에 맞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가 요망되고 또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그 방향으로 교육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교육은 국가의 타 부문에 비하여 정책적인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게 되고 국가적 투자와 지원도 소홀하였다. 외면적으로 보면 교육투자가 국방비 다음으로 크지만 교육 규모나 교육 내부 사항은 교육의 목적적 가치 실현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개인 차원에서 교육을 인격 완성이나 자아실현을 위한 내재적 가치보다는 출세나 간판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많이 보려고 하는 문제이다. 흔히 모두 교육의 수단적 가치지향이 방편으로 여기는 사회 일반의 생각에서 연유되는 현사이다. 이는 학교를 지식을 전달하고, 시험을 치는 요령을 학습하는 장소로 전락시키고 있는 현상에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모두 교육의 목표는 인격 완성이나 자아실현 등의 목적적 가치를 내세우지만 교육이 이루어지는 현장에서는 수단적 가치를 중심으로 교육이 실천되고 있으므로 이 양자 간의 균형과 조화가 교육 발전의 과제이다.
양과 질의 갈등
둘째, 교육의 양과 질의 균형 발전이 문제이다. 광복 후의 계속된 교육 기회 확대 정책으로, 현재 초등교육은 완전 취학에 달하였고, 중등교육의 보편화, 고등교육의 대중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러나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학생 인구에 비하여 교육비 투자가 저조하여 학교 교육 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여 교육의 질적 저하가 크게 문제 된다.
이런 문제는 교육 내실화를 위한 교육여건 개선에 대한 자원 부족으로 누적되어 온 학교 및 학급 규모의 과대화, 과밀화, 교직원 수의 부족, 교직 시설의 노후 등 교육 내실을 위한 수많은 과제가 있는가 하면, 한편 교육 기회의 확대는 계속 요구되고 있다.
교육의 신장과 내실은 이율배반적이지만 앞으로 교육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의 질적 측면, 즉 일 인당 교육비, 시설 환경, 교육 방법 등에 관한 과제가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
셋째, 교육 평준화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하여 교육 수월성 추구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의 평준화와 수월성은 서로 대칭되는 개념이다. 이 두 기본 원리는 한국 교육의 성장·발전 과정에서 매우 심각하게 재고되어야 할 과제이다. '70년대로 접어들면서 시행되어 온 평준화는 교사·학생·시설 등과 같은 교육의 투입 요건에서 균등과 교육의 결과, 즉 교육의 수월성 추구라는 관점에서 많은 과제를 남겨 주고 있다.
수월성은 학생 재능의 계발을 촉진하고 창의성을 유발하며, 개인 능력과 교육체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반면에 평준화는 교육 투자의 조건을 균등화하여 교육효과에서 질적인 균등을 보장해 주는 데 강조점이 있다.
한국 교육 발전에 있어서 평준화와 수월성의 과제는 양자택일의 과제가 아니라 평준화의 기반 위에서 수월성을 최대한 신장할 수 있는 양자 조화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전체 교육체제의 균형 발전을 위하여 교육의 투입 요건, 즉 시설·환경·재정 등에 있어서는 평준화를 추구하고 교육의 과정 요건, 즉 교육과정·실천 방법 등에 있어서는 수월성을 추구하는 일이다.
전통과 외래의 갈등
넷째, 우리 교육의 전통성과 외래 사조의 조화로운 접목의 문제에 관한 것이다. 지정학적으로 한국 사회는 다양한 외래문화, 외래 사조와 접촉해야 할 위치에 있고 역사적으로 많은 외세에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받아 왔다.
대륙적인 것과 해양인 것,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 중국 문화와 일본 문화, 그리고 사회주의 것과 자본주의 것들이 교차하는 위치에 놓여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처럼 다양한 외래문화는 소화불량에 놓여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처럼 다양한 외래문화는 소화불량 현상을 일으켜, 즉 너무나도 거대하고 비연속적인 성격 때문에 우리 교육은 오히려 내부적인 갈등과 혼란 그리고 시행착오적인 과정을 겪어야 했다.
과거에는 이런 외래문화에 대한 사대주의 사상 때문에 무비판적, 기계적, 맹목적 이입이 지배적이었다. 심지어는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풍습, 예의범절, 학술, 사상까지도 도태시키는 위험성마저 느낄 정도였다.
점차 이러한 서구문화나 사조에 대한 맹목성을 탈피해서 문화의 주체성을 주창하기에 이르렀으나 현재와 같은 국제화, 개방화, 다변화 시대에 아직도 잔존하고 있는 사대주의, 편협한 폐쇄주의, 과거 지향적 복고주의, 획일주의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이러한 사회문화와 동·서양의 사회문화 교차 과정에서 한국 교육은 교육이념과 내용 면에서는 물론 그 이론과 실제 면에서 주체성이 약한 교육이라는 반성이 있어 왔다. 교육제도 역시 우리 것으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따라서 새롭게 수립될 공통 문화는 순수한 전통적인 것이거나 서구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는 흑백의 논리로 결정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문화 내용은 현존하는 한국인의 삶의 질을 격조 있는 수준으로 격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상에서 우리는 한국 교육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고 앞으로 한국 교육의 균형적인 발전의 과제를 거시적 측면에서 조감해 보았다. 즉, 넓은 의미의 교육체제 전반의 발전 과제를 찾아본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고려하면서 한국의 학교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취해야 할 점을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 교육의 기회균등과 기회 확대 정책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간 성취한 초등교육의 의무화, 중등교육의 보편화를 토대로 해서 중학교 교육의 전면 의무화해 나가며 더 나아가서 고등학교의 보편화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유아교육과 특수교육에서도 획기적인 교육의 기회를 확대·실시해야 한다.
둘째, 과대, 과밀학급, 학교 환경 등의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질을 향상하는 데 주력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과대·과밀학급의 교육환경에서는 학교 교육의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학교 규모와 학급 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한편 도서, 벽지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와 학급 규모가 지나치게 영세하여 그 적정화가 요청된다. 이와 같은 학교 교육의 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학생의 학습 능력의 개인차가 무시된 채 획일화된 교육이 지속될 때 학교 교육에서 소외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학습부진아가 적절한 지도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된 상태가 지속될 때 이들은 학습 의욕을 상실하게 되고 학교에서 소외되는 비인간화를 초래하게 되는 결과를 갖게 된다.
셋째, 학교시설 설비의 표준화와 현대화를 기해야 한다. 현재 학교 시설은 10년 전의 그것과 별로 다름이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별 변화가 없다. 교육이 과학화, 공학과, 기능화되어 가고 있는데도, 아직도 학교시설은 흑판, 백묵만 있으면 되는 교실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낙후된 학교시설·설비는 조속히 현대 교육이론과 기술을 도입한 새로운 시설·설비는 조속히 현대 교육이론과 기술을 도입한 새로운 시설·설비로 바꾸어야 하며, 이러한 변화를 위한 연구 개발이 전문가의 참여하에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학교 교육 내용의 개편이 필요하다. 오늘날 사회는 고도의 산 증대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인력개발과 고급 두뇌 양산을 위한 기초를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초등교육에서는 기초과학운동을 진흥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민 정신교육을 민주주의 이념에 맞게 강화해야 한다. 민족의 재통일을 위한 사상적·정신적 지주를 확립하고 가치관을 정립함으로써 민주국가의 앞날과 미래 사회의 비전을 심어 주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육 내용과 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 지난날 우리 교육은 이념 부재, 이념과 현실과의 괴리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였으며 미래의 요청에 체계적으로 교육 내용을 개편하는 데 미흡하였다. 미래의 요청에 체계적으로 교육 내용을 개편하는 데 미흡하였다. '50년대의 교육 기회 확대가 '60년대 이후의 경제성장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나 그것을 예상하여 교육목표나 내용 면에 반영한 것은 아니었다.
다섯째, 학교 주변 환경의 정화가 절실하다. 학교 주변의 사회환경이 학생의 지적·정의적·도덕적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혼란하거나 비교육적이라면 학교 교육의 효과를 약화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 주변의 전환은 각계각층의 협력을 얻어서 강력히 추진되어야 한다. 학교와 사회가 일치되는 사회의 교실과, 학교의 사회화가 이루어질 때 학교 교육은 보다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